<企劃論文 : ‘새로운 세계사’와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서술의 현실>
●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중국고중세사 서술 - 역사 용어를 중심으로 - 崔宰榮
본고는 현행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가운데 중국고중세사의 서술을 분석한 것이다. 이는 세계사 교육 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사 교과서의 내용이 각 지역 세계가 독자적인 역사발전을 잘 기술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주로 분석한 대상은 역사 용어이다. 역사 용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역사 용어가 자료 해석을 바탕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역사 용어와 자료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게다가 현재 교과서는 본문 텍스트 이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며 문헌 자료, 출토 자료, 유적, 그리고 지도 등을 선정하고 작성하여 본문의 텍스트에 부합하는 자료를 게재하려는 서술 경향을 높이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역사 용어와 자료는 역사학의 연구 대상이자 결과이기 때문에 역사 용어에 대한 분석은 교과서가 기존의 역사학 연구 성과를 잘 반영하고 있는 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중국고중세사 관련 역사 용어를 분석한 결과 현행 세계사 교과서의 중국 고중세 부분까지 서술은 전반적으로 한 시대나 하나의 왕조의 역사에 대한 기술을 그저 모아둔 것처럼 보인다. 즉 세계사 교과서는 중국 선사시대 이래 당대까지 개별 연구 성과를 안내 없이 나열하여 읽는 이가 단편적 사실을 알 수 있으나 역사적 전개를 파악하기란 어렵게 구성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중국사의 전개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별로 서술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이 세계사 교육 목표 가운데 ‘각 지역의 독자적인 역사 발전의 이해’, 좁게는 ‘중국의 독자적인 역사 발전의 이해’라는 교육적 성취를 얻는 데 효과적인 서술이 아닐까! 이럴 경우 내용을 중복하여 서술할 수도 있지만 역사 과목이 단지 역사적 사실을 단편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역사가 오늘날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계사 교과서를 분야별로 기술하는 것을 지금부터도 다양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새로운’ 세계사 구현을 위한 대안 모색 - 계열화 방안과 중국 근세사 서술을 중심으로 - 洪性鳩
이 논문은 고등학교 현장에서 세계사 선택률을 높여 세계사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2015 개정 세계사 교육과정 고시를 계기로 ‘새로운’ 세계사를 구현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 연구이다. 2015 개정 세계사 교육과정은 세계사 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2007 개정 교육과정 이래 꾸준히 추구되어 온 ‘새로운’ 세계사, 즉 세계가 지구적인 차원에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해 온 역사로서의 세계사를 충실하게 구현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다시 ‘유럽 중심, 중국 부중심’의 역사 서술로 회귀하였다는 비판에 직면하였다. 하지만 2007년 이래 2011년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추구되어 온 ‘새로운’ 세계사 역시 ‘글로벌 히스토리’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였다고 하기 어려우며, 7차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에도 성공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새로운’ 세계사가 주로 외국의 연구 성과에 의존할 뿐 아직 우리 나름의 성과를 추분히 축적하고 있지 못하며, 따라서 ‘새로운’ 세계사가 신념과 주장에 머문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운’ 세계사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중학교에서는 각 국가와 민족, 혹은 지역세계 내부의 독자적 발전 과정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에서 지구적 차원의 상호 관련성과 상호 의존성이 확대되어 가는 과정으로서의 세계사를 학습하거나, 혹은 중학교에서는 각 지역이 독자적 전통을 확립해가는 전근대사를 학습하고 고등학교에서 지구적 차원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근대사를 학습하는 방식의 계열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해 보았다. 그리고 내용적으로 비유럽 지역의 내적 발전 과정에 대한 역사 이해에 남아있는 서유럽 중심주의, 국가와 민족을 경계로 삼는 역사 인식, 중심-주변의 시각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새로운’ 세계사가 구현되기 어렵다는 인식하에 중국 근세사 서술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여 그 문제점과 대안적 서술 방향을 모색해보았다.
● 세계사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중국근현대사 서술 구조 - 2009 교육과정과 교과서, 2015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 李丙仁
2009 교육과정에 따른 세계사 교과서 서술을 보면, 중국 근대사는 충격-반응론, 현대사는 양차대전과 관련된 유럽의 강대국에 밀려 피동적이고 부차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학계의 연구 성과도 잘 반영되지 않았다. 2015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분석해 보면, 이전의 서술 구조와 같아 앞으로 나올 교과서도 서술 구조가 변화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다음 교육과정은 학계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서술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첫째, 동아시아, 좁게는 중국의 근대적 성취를 적극적으로 서술하여 근대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둘째는 ‘지역세계’와 ‘상호작용’의 2원칙을 적용한 내용 구성을 생각할 수 있다. 셋째 가장 근원적으로는 세계사 교육의 목표를 사실의 기억이 아닌 역사적 사고 능력의 향상에 두는 것이다. 교과서가 어떤 내용 구성 방법을 사용했더라도, 학생이 교재를 비판적으로 읽고 역사적 사고력을 양성할 수 있는 활동 중심의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다.
● 서양고대사 내용의 교과서 서술의 문제와 개선방향 - 鄭技?
세계사 교육이 위기라는 소리는 늘 있어왔지만, 현재 그 위기는 너무나 심각하여 학자들과 교육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논문은 세계사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와 같은 몇 가지 자료를 통해서 실증적으로 살펴보았다. 2007년 이후 새로운 교육 과정을 통해서 세계사 교육의 개선을 추구하였지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이런 악화의 주요 요인은 학생들의 학습 능력에 대한 고려 부족, 교과서 집필의 전문성 부족, 세계사 교과서의 분량의 과다이다. 2015년 교육과정은 이런 인식을 갖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몇 가지 시도를 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외 지역사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이 시도는 ‘전체 세계사’를 추구해왔던 그 동안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세계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주요 지역사는 거의 그대로 기존의 체제를 따르고 있다. 필자는 ‘전체 세계사’를 추구하는 기존의 노력은 계속 되어아 하고, 대신 주요 지역사의 서술을 주제 중심으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사 연구자들과 교육자들은 자기 분야가 중요하다는 과도한 자부심을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세계사 교과서를 학생들의 능력에 맞게 편성할 수 있으며, 또 교과서의 분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각 시기나 문명별로 주요 주제를 설명하고, 그 주제를 편년체로 서술하는 방식을 버리고 주제별로 심층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제안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세계사 교과서와 미국역사 서술의 특징 - 梁弘錫
본 논문은 현재 4종으로 나와 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중심으로 미국 역사에 대한 서술 경향을 분석하고 각 교과서 서술상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다. 각각의 교과서의 분석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교과서가 사진과 그림 통계 중심으로 역사 서술이 강조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림과 화보에 과하게 의존하는 것은 인문학의 기본적인 방식이고 또한 중요한 공부인 논리적인 이해와 글쓰기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고등학생 정도라면 만화경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문자적 시선에서 이해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시각적인 기반으로 환원해서 이해하는 것은 장차 학생들이 인문학으로 접근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4종의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미국 역사는 주로 독립혁명, 남북전쟁, 뉴딜시대이다. 그런데 이들 각각의 주제에 대한 역사적인 설명에서 왜 그런 제목과 개념을 역사가들이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구체적으로 독립혁명에서는 왜 독립전쟁이 아니고 독립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왜 남북전쟁에서는 내란이라고 부르지 않고 남북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마지막으로 뉴딜에서는 왜 미국인들이 뉴딜 자유주의라고 부르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는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왜 그런 정의와 개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지를 미국 사학사적 역사를 통해서 설명을 시도해보았다.
●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러시아 및 소련 역사 재현 - 盧璟德
러시아 역사는 지난 세기 이래 한국의 중고등 세계사 교과서에서 부정적으로 재현되었다. 2009년과 2011년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교과서들에서 러시아 역사는 세계사 발전의 모델처럼 취급되는 서구의 역사와는 다른, 또는 반대되는 경로를 걸은 것으로 묘사된다. 그들에 의하면, 러시아 역사는 서구의 그것과 비교해 항상 뒤처져 있고 후진적이다. 흥미롭게도, 그 후진성은 약함의 이미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공격적이고 팽창적이며 지배 야욕을 가진 무시무시한 강대국의 모습과 맞닿는다. 외부세계에 공포의 대상인 러시아는 다시금 내적으로도 무자비하고 억압적인 정치 체제 및 사회 분위기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그림은 러시아의 제정기뿐만 아니라 이후 소련 시대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서로 상반된 정치 이념과 사회경제 모델을 지향했던 이 두 시대는 우리 교과서에 의하면 모두 민주주의와 개인적 자유 그리고 인권으로 표상되는 서양 세계와는 반대 위치에 존재했다는 점에서 하나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폭력적이었던 러시아 역사는 세계사의 전개와 인류의 발전에도 기여한 바가 없다고 우리 교과서는 암시한다. 이러한 러시아 역사의 부정일변도의 재현은 과거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냉전이 국제무대에서 사라진 지 20년이 훨씬 넘은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위와 같은 재현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 『세계사』 교과서 속의 오스만 제국과 2015 개정 교육과정 - 李銀貞
2011 개정 교육과정에 의거해 개발된 세계사 교과목은 그간 세계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유럽 중심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함으로써, 여러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과 그 역사적 형성 과정을 비교의 관점에서 탐구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간의 교류와 갈등을 통해 형성된 인류의 다양한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다. 그 결과 현행『세계사』교과서는 기존의 역사 교과서들에 비한다면 ‘문화적 헤게모니’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을 양산해 내는 주요 통로라는 비판을 넘어,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유럽 중심적인 관점을 상당히 극복한 듯 보인다. ‘관용적인’, ‘다양한’, ‘융합’, ‘공존’과 같은 단어들이 빈번히 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스만 문화의 국제적이고 종합적인 성격을 강조하며, 오스만 제국을 여러 민족과 종파들이 어울려 사는 열린사회의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는 서술들도 이러한 성과가 반영된 흔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2011 개정 교육과정에 의거한『세계사』교과서는 여러 지역을 모두 다루려는 지나친 의욕에서 기인한, 망라적이고 포괄적인 서술로 학습 내용을 증가시키고 세계사에 대한 학생들의 기피현상을 오히려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 했다. 심지어 유럽 중심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역사 서술, 이른바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적으로 위계화/추상화하는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방식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그 결과가 썩 만족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여전히 서아시아의 전근대사를 왕조나 인물 중심의 정치사적 사건들 위주로 설명하거나, 19세기의 서아시아 지역을 수동적인 근대화의 담지자로만 묘사하는 경향 등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2007?2011 개정 교과과정을 실패로 규정하며 지구사의 폐기를 선언하는 가운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사를 삭제하고 인도 및 서아시아사를 축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근대사를 분절된 역사로 인식할 가능성을 높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종교를 중심으로 한 내용 구성은 해당 지역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뿐만 아니라 오리엔탈리즘을 재생산해낼 우려가 있다는 오랜 지적에도 불구하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종교를 중심으로 한 서술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는 점이 세계사 교육의 퇴행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세계사 교과서의 라틴아메리카 관련 서술에 대한 검토와 대안적 구성의 제안 - 朴枸炳
라틴아메리카 역사는 한국의 고등학교 세계사 교육에서 전통적인 격자 범위 바깥의 이야기였지만, 어느 지역의 경험보다 근대 초 이래 전 세계의 불균등하지만 결합된 발전과 변화의 양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국의 세계사 교과서에서 라틴아메리카 관련 서술은 표기와 사실의 오류, 표기의 일관성 부족, 맥락을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는 불충분한 설명, 내용 구성과 배치의 아쉬움 등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이를 개선할 뿐 아니라 적은 서술 분량 속에서도 라틴아메리카사의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몇 가지 주제에 집중해 서술할 필요가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출현이 근대 유럽의 공세적 팽창과 외연 확장을 극적으로 예증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유럽과 아메리카의 접합과 교류, 정복과 지배의 역사를 효과적으로 서술한다면, 유럽 중심의 근대/식민 세계체제의 모순적 성격을 드러낼 수 있다. 근대 유럽의 팽창 과정에서 아메리카의 자원 유출과 노동력 수탈, 아프리카를 포괄하는 노예무역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더 분명히 부각되어야 하고 인종 간 혼혈과 문화적 혼성에 따른 아메리카의 변화 양상을 검토함으로써 대서양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오늘날의 세계화가 어떤 연원을 지니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다.
<論文>
● 事大=守舊 對 獨立=開化의 二項對立的 近代敍事 프레임의 創出과 變容 - 柳承烈
개항을 둘러싸고 조선 사회는 찬?반으로 나뉘었고, 개항 후에도 대립은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은 전통의 유지와 새로운 변화의 수용을 둘러싼 논란으로 보편적 성격을 띤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대립을 위주로 하면서 우리에게 새겨진 근대상은 지극히 양자 대립적이고 편파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항대립적 근대서사의 프레임이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창출되었으며, 애초의 원형에 의도적인 덧씌움이 지속적으로 가해진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이항대립적 근대서사 프레임의 첫 출발은 일본에서, 특히 후쿠자와 유키치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에 이어 기쿠치 겐조는 갑오?을미기에 개화당을 창출한다. 이후 침략 3서를 비롯한 일본측 사서에 자리잡은 이항대립적 근대서사의 프레임은 친일적 지식인들에 의해 한국에도 수용되는데, 일본 유학을 경험한 친일적 지식인들에 의해서 개화당 중심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들은 나름의 추가?모방을 통한 변용의 방식으로 원형 프레임에 편승하였다. 이항대립적 근대서사 프레임의 창출과 변용을 주도한 인물들은 거의 와세다 대학 출신자들이다. 여기에 다보하시 등 경성제국대학 교수나 연구진 등도 포함되는 네트워크가 작동하였다. 이항대립적 근대서사 프레임이 역사적 맥락을 갖추는 것은 이광수와 최남선에 의해서이다. 그 부가 작업은 최남선에 의해 단초가 열린 후, 이병도와 이선근이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이제 아예 ‘개화당’이 개화와 개혁 작업 전반에 걸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식으로 바뀌어갔다. 이항대립적 근대서사의 프레임은 8?15 직후부터 대중적 확산을 통한 재생산 과정에 투입된다. 8?15 직후 처음 나온 ????국사교본????(이병도 집필분)을 필두로, 최남선과 이병도, 이선근 등 와세다 대학 인맥과 경성제국대학 사학과 출신들이 그런 움직임을 주도하였다. 이선근의 경우 진단학회, ????한국사(최근세)?????????한국사(현대)????에서 개화당의 존재를 뛰어넘어 국가 부정의 프레임을 구체화해나갔다. 그는 독립협회 부분에서 이미 현실 국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백성을 상대로 한 계몽?지도가 역사의 기본 방향인 듯한 서사를 구사하였다.
<飜譯論文>
● 역사 텍스트 독해를 둘러싼 동향과 쟁점 - 梁豪煥 (朴芝媛 譯)
교과서는 때때로 실제 일어난 것을 보여준다고 여겨지는 다큐멘터리 영상에 비견된다. 카메라는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제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관점과 기술이 개입된 장면을 전달하고, 그것은 다시 선택과 배제의 철저한 편집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일반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카메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관점과 의도 역시 제약을 받는다. 그런데 카메라가 없다면 어떤 다큐멘터리도 만들 수 없다. 이와 동일하게 작가가 존재하지 않으면 어떤 종류의 역사도 서술될 수 없다.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최근 논쟁은 국가 정체성의 핵심적인 의미와 가치를 규정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논쟁은 소위 “좌파”와 “우파” 사이의 이념적 대결로도 확장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정치가들은 이 논쟁을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구축하고 강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했다. 현재의 정치화된 국정교과서 논쟁은 더 나은 역사교육을 위한 교과서의 가치와 기능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 논쟁은 집요하게 역사 사실에 대한 실증주의적 검증에 집중하였고, 자기와 다르거나 상충하는 해석은 오류로 가득해서 “사실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학생들은 그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볼 기회가 거의 없다. 학생들의 정체성은 성별, 인종, 계급, 섹슈얼리티, 그리고 사실 이것보다 더 많은 여러 정체성에 의해 변주될 수 있다. 정체성은 국적이라는 단일한 범주에 국한될 수 없다. 나아가 이 범주 자체도 한정지어 정의할 수 없다. 집단기억의 형태로 국가를 강조하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학생들은 과거 사람들과의 동일시를 통해 그들의 삶의 지향을 반성해볼 기회를 차단당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에 대해 “단 하나의” 해석을 전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서론의 문제제기로 돌아가 본다면, 정부가 학생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하기 위한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려 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국정교과서의 강행은 교실 수업에 초래할 심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역사교육의 본래적 의미보다는 정치적인 고려 속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글에서 논의한 텍스트 읽기 문제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정책을 뒤집는 강력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에 대한 결정은 분명히 역사교육에 대해 한층 예리한 생각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그것이 더욱 의식있는 생각으로 진전되고 나아가 역사교과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활기찬 논쟁으로 다시 한번 이어지기를 바란다.
<書評>
● 서의식 외 지음,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가람기획, 2013~2016 - 具姬眞
● 송상헌 지음, 『역사인식의 논리와 역사교육』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7 - 愼晧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