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 文 … i
企劃論文: 중등학교 여성사 서술과 여성 인물 연구의 새로운 모색
2015 개정 교육과정 ‘한국사’ 교과서의 고대 여성 서술과 이미지
金 善 珠 … 1
이 글은 2020년부터 중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2018년 고시) ‘한국사’ 검정 교과서의 여성 서술과 이미지를 분석하면서 개선 방향을 모색하였다. 중등학교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정량적인 측면에서 성별 불균등이 심하게 나타났으며, 남성의 경험과 관점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으며, 성 차별적 인식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이 사료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모두 국가 서사의 정치사 중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계열화 방안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전근대사 비중이 축소되면서 지면이 적어지면서, 여성에 대한 서술이나 이미지는 더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 고대 여성에 대한 서술과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별 안배를 의식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국가 중심의 정치사 서술 체계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의 영향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교육과정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고대여성사 서술 방향이나 내용 체계 등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집필 방안을 수립하고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이 필요하다.
2015 개정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조선시대 여성사 서술 분석
鄭 海 恩 … 37
이 논문은 ‘2015 개정’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16종을 대상으로 조선시대 여성사 서술의 내용을 분석한 글이다. ‘2015 개정’ 한국사 교과서의 특징은 중학교는 전근대사가 중시되고, 고등학교는 근현대사 비중이 전체의 3/4으로 크게 높아진 점이다. 그래서 중학교 교과서는 조선시대사에 여성 관련 서술이 처음 등장했고, 고등학교 교과서는 여성 관련 서술이 대폭 축소되었다. 새롭게 반영된 중학교 교과서는 기존의 고등학교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가족 관련 내용이 중심이지만, 세부적으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다. 재산 상속에서 차남 이하의 아들도 차별받은 사실을 명기한 점,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조선 후기에 여성이 딸로서의 권리는 약화되었지만 며느리로서 본인의 정체성을 찾는 경우가 생겼다고 서술한 점, 장계향이 펴낸 『음식디미방』을 처음 소개하여 여성이 한글을 이용하여 능동적인 문자 생활을 향유했다고 서술한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경제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을 찾아볼 수 없고 여성 인물이 부재하였다. 교과서 내용은 집필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 여성사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교과서 편찬 지침에 ‘젠더(gender)’의 조항을 반드시 넣을 필요가 있다.
한국전쟁 여성사 수업 사례 - 한국전쟁으로 배우자를 잃은 여성을 중심으로 -
安 珉 榮 … 71
본 연구는 한국전쟁 수업을 ‘한국전쟁으로 배우자를 잃은 여성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여성사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진행한 사례 개발 및 분석 글이다.
한국전쟁 관련한 학계의 연구는 2000년대 이후 전쟁의 발발 배경에서 벗어나 아래로부터의 역사에 주목하여 거시사에서 미시사로 영역을 확장해가며 구술사 연구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삶을 조명해 왔다. 그 가운데 한국전쟁으로 배우자를 잃은 여성 역시 하나의 독립 주제로 연구되어왔다. 역사교육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시각을 반영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대두한 가운데, 국가 중심 서술에서 배제되어 온 여성의 역사를 추가해야 하며, 더 나아가 여성의 관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필자는 한국전쟁 단원에서 ‘한국전쟁으로 배우자를 잃은 여성’이라는 주제 심화 학습을 총 4단계로 설계하여 진행하였다. 1·2단계에서는 각각 1950년대 당시에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다수 발생했던 시대상과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자료 속에서 유추해 보도록 하였다. 3단계에서는 월북한 남편을 둔 여성의 사례를 제시하여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층위가 균일하지 않았으며 또다른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층이 있었음을 살펴보도록 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앞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여 교과서 서술 비교를 바탕으로 당시 여성들의 삶을 정의해 보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당시 사료와 구술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한 수업 활동을 통해 한국전쟁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배우자를 잃고, 경제 활동뿐 아니라 시부모 봉양,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게 되었음을 알았다. 그런 가운데 배우자를 잃은 여성들이 경제 활동에 나서며 가장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자, 한편으로 이들을 윤리적 혼란을 초래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도 존재했음을 파악했다. 특히 남편의 월북으로 이산가족이 된 여성의 경우, ‘빨갱이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까지 감내해야 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본 수업은 학생들에게 기존 교과서 속의 한국전쟁 서사에서 벗어나, ‘전쟁으로 배우자를 잃은 여성’과 ‘월북자의 부인’이라는 다양한 층위의 전쟁 시기의 사람들의 삶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일상사와 미시사의 관점에서 여성의 삶을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하는 활동을 통해, 사소한 개인의 사적 경험이라 치부되었던 삶의 양상도 역사화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였다.
論 文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 보기 - 역사학습을 위한 범주화 -
金 漢 宗 … 103
이 연구에서는 역사교육에서 다양한 관점의 의미가 무엇이며, 역사학습에서 여기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구체화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관점의 역사 이해를 3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첫째는 행위 주체로서 역사 행위자의 다양성이다. 둘째는 역사적 사실의 다양한 측면이다. 셋째는 역사적 사실을 보는 층위의 다층성이다.
이 세 가지 범주는 별개로 분리되거나 완전히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 시각 주체에 따라 역사적 사실의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지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역사 행위자의 관점과 역사가의 관점, 학생이 보는 관점은 중층성을 가지기는 하지만 상호작용을 하기도 한다. 역사가는 자신의 눈으로 행위자의 관점을 보며, 학생이 생각하는 행위자의 관점이나 역사가의 해석에는 학생 자신의 시각이 들어간다.
이 글의 논지가 다원적 관점과 다중시각의 개념에 대한 학술적 논의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역사교육에서 다양한 관점 논의가 역사교육을 둘러싼 사회나 학교 현장 문제의 해결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multiperspectivity와 plurality, 다원적 관점과 다중시각의 의미를 개념화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이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체계화하는 것은 이와는 별도로 역사교육 이론의 문제이다.
역사·한국사 교과서 ‘고려-몽골 관계’ 서사 재구성 제안
李 命 美 … 133
본 연구에서는 고려-몽골 관계와 관련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2015 개정)의 서술 및 서사를 분석하고, 그 서사가 갖는 문제점을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관점에서 살펴본 후, 그 해결 방안으로서 고려-몽골 관계와 관련한 교과서의 서사를 재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그 예시를 제시했다.
2015 개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들은 몽골(원)의 고려에 대한 영향을 ‘침략과 간섭’으로 규정하고, 고려가 그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하고 있다. 고려와 몽골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 여러 사안은 그 관계의 구조나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간섭’이라는 틀 아래 열거되어 있고, 이러한 가운데 양국 간의 교류상은 그 양상만 전달될 뿐 그러한 교류를 가능하게 한 시대적, 인식론적 배경은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즉, 고려-몽골 관계와 관련한 교과서의 서술과 서사는 현재의 국가·민족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당시의 역사상을 의식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당시의 역사상을 일정부분 왜곡하며 편향된 역사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역사교육의 관점에서도 부적절하다. 수차례의 교육과정 개정을 거치면서 한국사 교과의 교육 목표는 대략 자기 정체성(민족의식) 확립이라는 요소를 기본으로 하는 가운데, 역사적 사고력 함양과 시민의식 함양과 같은 요소들이 추가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그러나 자기 정체성(민족의식) 확립이라는 교육목표에 충실하게 구성된 현재 교과서의 고려-몽골 관계 서사는 역사학·역사 교과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맥락의 제시도, 현재적 관점 지양도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현재’의 타자인 ‘고려시대’ 사람들의 몽골에 대한 인식과 대응 양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게 하고, 그 과정에서 몽골에 대해 몰이해에 기반한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써 현재의 ‘우리’가 타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상호존중의 가치를 교육하는 데에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관계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던 고려-몽골 관계의 구조와 맥락을 드러내고 그러한 관계와 대상에 대한 고려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인식을 드러내어, 학습자가 과거의 ‘나-고려’의 관계 대상 몽골의 행위를 이해하게 하는 동시에 현재 ‘나’의 타자인 고려시대 사람들의 인식과 행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한 일차적인 단계로, 현재 교과서의 폐쇄적이며 편향된 서사를 수정·보완할 수 있는 고려-몽골 관계 관련 서사 재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출제 경향과 불교사 인식에 미치는 영향 - 기출문제 분석과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
玉 娜 穎 … 181
본 연구에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한능검)이 응시자들의 불교사와 불교문화에 대한 인식에 미친 영향을 검토하고, 출제 문항의 개선 방향을 제안하였다. 이를 위해 2011년~2020년에 실시된 한능검 중 불교와 관련된 문항을 인물과 사상 관련 문항, 불교 관련 사건 관련 문항, 불교문화유산 관련 문항으로 나누어서 출제 경향을 분석하였다. 더불어 20대를 대상으로 한능검 출제 문항이 불교사와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지 여부를 조사하였다. 이와 같은 검토 내용을 바탕으로 한능검의 불교 관련 출제 문항의 개선 방향을 제안하였다.
한능검 문항은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출제하여 한능검 응시자들이 불교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문항 출제시 활용되는 사건이나 관련 자료, 그리고 서술 방식의 도식화 경향이 높은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응시자들로 하여금 주제어만을 암기하게 만들어 한능검 실시 목적에 어긋나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항 출제시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고, 제시문과 선택지에 고대 불교사와 문화에 대한 구체적 서술을 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최근 학계의 경향을 반영하여 조선시대 불교사 항목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18세기 영남 남인 大山學派의 心無出入 논쟁과 그 사회적 의미
趙 成 山 … 215
본 글은 18세기 大山學派 안에서 이루어진 心無出入 논의와 관련된 心의 所在에 대한 논쟁과 이것이 가졌던 사회적 의의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이 논쟁의 주요 내용은 심이 우리 몸 안에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우리 몸을 넘어서 외부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 논쟁은 추상적인 성리학 논쟁을 넘어서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가졌다. 대산학파 속에서 이 심의 소재에 대한 논쟁은 점차 심이 우리 몸 안에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우세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심이 우리 몸 안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에게 심은 몸 안에 있으면서 외부를 파악하는 존재이지, 몸 밖으로 나가 외부와 무분별하게 합치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 방향성은 영남 남인 지식인들이 처했던 사회적 위상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18세기 李麟佐의 난 이후 영남지역에 패퇴되어 있었던 남인 지식인들에게 심이 우리 몸 안에 있어야 한다는 논의는 더욱 설득력을 갖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한 점에서 심이 우리 몸 안에 있어야 한다는 논의는 당시 영남 남인 지식인들이 처했던 사회적 입장을 성리학적으로 은유한 것이었다. 이것은 내부와 외부를 나누면서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동물·초목을 구분하려는 사유, 다시 인간 몸에서 심장과 백체의 차등성을 강조하는 관념으로 이어졌다.
일제시기 어린이날 기념 문화를 통해 본 어린이 인권 인식 - 1920년대를 중심으로 -
李 智 媛 … 263
1922년 시작된 어린이날 선언과 기념은 식민지 소년운동이라는 부문운동의 발전을 촉진하는 가운데 사회의 주체로서 어린이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사상과 문화를 확산시켰다. 어린이날 기념문화는 어른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각종 선전지 배포, 기념식, 기념강연, 가두행렬, 운동회, 웅변대회 등 다양한 활동과 문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어린이날 기념의 선전에는 어린이 인권을 생존과 인격적 보호 권리, 경제적 보호와 아동노동금지 권리, 사회적 보호·발달 권리, 생명·참여·민족 권리로 표상하였다. 오늘날 힌국과 세계가 공유하는 어린이 인권의 기준인 UN아동권리협약에서 명시한 4가지 기본권-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가 1920년대 한국의 어린이 인권 인식에도 나타나고 있었다. 1924년 제네바선언이 제 1차세계대전 이후 전승국들이 전쟁의 피해를 반성하며 전쟁과 폭력으로 보호받지 못한 어린이에 대한 어른 인류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었다. 어린이 청소년의 권리 자체를 중심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1920년대 한국의 어린이날 선전에서 표현된 어린이 인권 인식은 어린이가 보호 발달의 권리를 갖는 것을 표방하였고, 사회참여의 주체로서 권리를 명시하였다. 일제의 아동정책이 보호 발달을 표방하면서 식민주의 통제와 차별을 적용하는 것의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식민지 민족 문제의 참여권리가 작동하였다고 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이중심이 된 유럽의 어린이 인권선언과 달리, 동아시아 식민지 조선에서 어린이 인권은 어린이의 해방이 곧 식민지 민족의 해방이라는 과제와 연결되었다. 1920년대 어린이날을 정하고 기념하면서 표상한 어린이 인권은 근대 보편적 인권존중과 함께 식민지적 특수성과 역사성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일제의 식민주의 어린이 정책과 결을 달리하며 민족으로서 어린이 권리를 확보하는 식민지 인권 현실의 반영이었다.
彙 報